디지털음성문화대전 > 음성의 마을 이야기 > 사정리 > 가도가도 산이라 아버지가 가마 돌려라 했어요(마을생활) > 시집올 때 아버지가 '가마 돌려라' 했어요(강정순 할머니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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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동에서 노래를 제일 잘한다고 마을 분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전라도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마을로 찾아갔다. 강당말 입구에서 넓게 퍼져있는 주목밭을 지나 도보로 10분 정도를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용대동이 나온다. 제일 먼저 보이는 파란색 대문집에서 할머니 댁을 물어보자 ‘바로 뒷집’이라고 알려주었다. 전라도 할머니를 처음 보고 ‘저렇게 작고 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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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서 이 먼 곳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냐고 물어보자, “시집올 때 세상이 지금 같았으면 이런 곳으로 시집 안 왔다.”며 다시금 강조하여 말하였다. 처음 충청도에 왔을 때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했다. 전라도에 살 때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칼끝에 앉은 것 마냥 불안하고, 매일같이 순경들에게 붙들려가서 문초 당하고 두들겨 맞았다. 빨갱이 한 패가 지나가고 나면 가슴이 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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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충청도는 조용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랫동네에 있는 사람의 딸을 통해 중신을 넣었다. 그 딸이 지부네(생극 부근)에 살고 있었는데, 그 이웃에 현재 남편의 당숙이 살고 있었다. 그렇게 “연줄 연줄을 통해서” 1950년, 당시 21세에 이곳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남편은 경주이씨 ‘이경우’씨로 당시 29세였다. 혼인을 하기 위해 아버지와 전라도에서 기차를 타고 음성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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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5남 1녀 중 장남으로, 시댁에 오자 시부모님 2명, 시누이 1명, 시동생 4명과 남편까지 8명의 대식구가 살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평택임씨로 당시 47세였다. 시집을 오고 그 다음날부터는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다. 첫날밤만 신랑하고 단 둘이 한 방을 쓰고 그 다음날부터 29년간을 시어머니와 한 방을 썼다. “첫날밤만 신랑하고 이렇게 둘이 앉아서 방 썼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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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박순자 할머니가 “나 시집을 왔을 때 여 시어머니가 살아 계셨는데, 중풍이 들어가지고 맨날 소리소리 지르고. 이 아줌니 한 많은 세상을 살았어.”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이어 강정순 할머니도 “나 이 얘기를 하면은 오늘 한종일을 해도 못해요.”라며 손사레 치며, 시어머니 병수발하며 겪은 시집살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옷에만 싸놓고 있으면, 옷 벗기고 씻기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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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침묵이 흐르고 박순자 할머니가 “마당에서 구르신 건 왜 얘기 안 햐?”하고 갑자기 떠오르신 듯 이야기를 꺼냈다. 누가 마당에서 굴렀던 건지 물어보자, 강정순 할머니가 “아이코. 그러니깐 얘기하면 끝이 없다니깐.”하며 다시 긴긴 시집살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동네 집안에 어른들이 뭐라 하냐면 ‘나라를 꿇어앉히지, 우리 할머니 고집은 못 꿇어앉힌다는 겨.’ 무서워가지고. 연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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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밥을 하러 광에 가보니 쌀독에는 아무것도 없고 팥만 서너지기 있었다. “집에서는 일꾼에, 세상에 막내딸에 큰집 작은집 우리집이 성들 오빠들 다 장개 보내고 나 하나 막내딸이라고 꽃방석에 앉혀놓고 키웠는게,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서 눈물이 막 나더라고.” 눈물을 닦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인기척이 나서 대문을 내다보니 누가 둥그목을 슬쩍 지나갔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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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는 4남 1녀로, 5남매를 두었다. 다섯 남매의 태몽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아나? 옛날에 여기(용대동 비 있는 곳) 샘 있었지? 옛날에 거기서 물동이를 이고 거기를 가는데, 빨간 감이 담 위에 하나가 올라가 있어. 딱 하나가 올라 앉았길래 감을 누가 볼까봐 얼른 감춰서, 여기다 감싸가지고 왔지. 그랬더니 벌써, 한쪽은 새파랗고 대가리는 새빨간 것이, 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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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잘하던 소리도 시집와서 안 해서 다 잊어버렸다. 시어머니 시집살이 때문에 문밖으로 나가지를 못해서 할 기회도 없었다. 시댁 형님들이 담벼락 너머로 놀러 나오라고 해도 시어머니 때문에 나가지 못했다. 하다못해 자녀들이 이리저리 상 받으러 다니고, 선수로 뽑혔을 때도 가지 못했다. 남의 속도 모르는 동네사람들이 “자식이 상 받고 그러는데 왜 안 따라 가냐”고 이야기 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