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1E020604 |
---|---|
지역 | 충청북도 음성군 음성읍 사정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서영숙, 조수정 |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작업으로 인하여 플래시 플러그인 기반의 도표, 도면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잠정 중단합니다.
표준형식으로 변환 및 서비스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순차적으로 변환 및 제공 예정입니다.
하늘하고 산하고 싹 닿은 곳으로
어머니가 충청도는 조용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랫동네에 있는 사람의 딸을 통해 중신을 넣었다. 그 딸이 지부네(생극 부근)에 살고 있었는데, 그 이웃에 현재 남편의 당숙이 살고 있었다. 그렇게 “연줄 연줄을 통해서” 1950년, 당시 21세에 이곳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남편은 경주이씨 ‘이경우’씨로 당시 29세였다.
혼인을 하기 위해 아버지와 전라도에서 기차를 타고 음성역으로 왔다. 내리자 중신을 넣어준 집안 시아주버니가 마중을 나와 있었고, 함께 버스를 타고 지부네로 가서 2일 동안 묶었다. 남편의 조카딸이 그 곳에 살았는데 2일 동안 있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강정순 할머니는 전라도 사투리를, 조카딸은 충청도 사투리를 써서 서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 시간동안 서로 많은 위로를 해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먼 데를 엄마가 나를 보냈다고 울고 그랬지. 이런데서 어떻게 사냐고 막 울고. 그런데는 시내 갱물이 바다 같고, 바다가 있고. 이렇게 환한 데서 있다가 여기 오니깐 순 산골 같잖아. 그러니깐 자꾸 갑갑하니깐 울었지.”
산도 있고 바다도 있는 환한 곳에서 살다가 이런 산골에서 어떻게 사냐면서 조카딸을 붙들고 하소연하며 울고, 조카딸은 “시집을 왔더니 신랑이 너무 가난해서 남의집살이를 하고, 먹을 게 없어서 남의 집에서 껕보리 한 말 얻어가지고 찧어먹고 산다.”며 같이 울었다.
2월 27일, 혼례날이 되자 시댁에서 당숙의 집으로 가마를 보내서, 그 곳에서 용대동까지 가마를 타고 들어왔다. 오고 있는데 벌터 쯤에서 아버지가 “도로 집으로 가자” 하였다.
“세상에 난 댕기다가, 조선땅을 다 밟고 댕기고 댕기다가 이런 산골은 처음 봤다고. 가마를 도로 돌리랴 이런 산골은 처음 봤다고. 도로 집으로 가자고. 그러니깐 가멕이(가마메는 사람)가 뭐라고 하냐면 ‘이 안에 들어가 보면, 여기서 보기만 그렇지, 이 안에 들어가면 좋다’고. 나 새댁이, 가마 안에 있었는데. 좋긴 뭐가 좋아 점점 산골로만 들어가고. 저 벌말 있는데 들어오다 ‘아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하냐’니께 ‘하늘하고 산하고 딱 닿은 곳에 가야 다 간다고.’”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고 점점 산으로 들어가자 끝내 아버지가 가마를 돌리라고 그랬다.
이곳저곳을 많이 다녀본 아버지였지만 이런 산골은 처음 본다면서 가마를 돌리라고 했을 때 일이 지금 생각해봐도 우스운지 할머니는 깔깔깔 하고 웃었다.
혼례식은 시댁 마당에서 구식으로 치러졌다. 당시 상황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따로 혼수는 해오지 않고 입을 옷가지들만 가져왔다.
“마당에서 상, 높은 상 있지 왜? 그거 놓고 이짝저짝 스고, 구식으로 했지. 이 안쪽으로는 새댁이 시고, 바깥쪽으로는 신랑시고. 사모관대 쓰고, 양쪽에서 다른 아줌마들이 절 시키고 잔 부어서 서로, 그 상황에 술 먹어? 남자들도 술 주고. 술 석 잔. 절 세 번 하고 그럼 끝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