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음성문화대전 > 음성의 마을 이야기 > 사정리 > 가도가도 산이라 아버지가 가마 돌려라 했어요(마을생활) > 세상에 머리 나쁜 놈이 어딨냐는 겨, 하면 돼(김장일, 박재순 부부 일대기)
-
2월 28일 사정1리 경로회장을 맡고 있는 김장일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강당말 경로회관에서 굽이굽이 골목을 지나 마을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 할아버지댁으로 찾아 갔다. 집 앞 밭에서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누렁 암소가 우리를 먼저 반겨 주었다. 마당으로 들어서자 외양간을 가득 채운 농기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게, 쇠스랑 등 지금은 보기 힘든 농기구들과 오래된 나...
-
할아버지는 1937년 1월 23일에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그 집에서 태어났다고 하니 상당히 깊은 역사를 담고 있는 집이었다. 아버지는 다섯 형제의 둘째였는데, 큰아버지의 아들이 해방되고 이북으로 올라가서 김장일 할아버지가 큰아버지의 양자로 들어갔다. 그래서 김장일 할아버지는 큰집의 제사를 맡고 있고, 동생이 친부모의 제사를 맡고 있다. 친아버지는 농...
-
할아버지는 8살 때 사정국민학교에 입학했는데, 일정 때여서 2학년까지밖에 못 다니고 6·25가 벌어졌다. 집이 워낙 가난해서 더 이상 진학도 못하고 진천 외가댁에 가 있다가 고등국민학교가 생기면서 3학년으로 들어갔다. “고등국민학교 입학을 하는데 제 날짜에도 못가고. 국민학교 나온 학생들하고, 나는 4년을 놀았으니깐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죽자사자, 지게 작대기 받쳐놓고 에...
-
6·25 때 사정리에서 시가전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때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드리자, “나가니깐 탄피가 이만큼 있는데, 뜨거워서 집을 순 없고 이거 내 꺼라고 막 끌어안고” 라고 말한다.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왜 그렇게 탄피에 집착하였는지, 혹시 탄피가 돈이 돼서 그랬던 거냐고 여쭈니 웃으면서 당시에는 어렸기 때문에 그냥 가지고 놀려고 그랬다고 한다. 마...
-
1958년, 21살에 입대해서 1961년, 24살에 제대했다. 딱히 이유 없이 그냥 해군으로 가고 싶어서 지원 시험을 봤다. 사정고개를 걸어서 넘고 첫 기차를 타고 청주로 가서, 청주공고에서 신체검사하고 시험을 보고 한 번에 붙었다. “시험을 다 보고 나왔는데 다 보고 나왔는데 일곱 번을 봤네, 몇 번을 봤네 그러면서 내가 쓴 거는 죄 틀리고 즈들이 죄 맞다고 떠들어. 아 나는 꼭...
-
김장일 할아버지는 20년 동안 이장을 했다. 45세에 시작했는데 그때 월급이 2만 3천원이었고 5년 전 쯤에 15만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예전에 목수, 미장이 등 돈 주는 거는 별거 다 했다. 돈 없으면 나무도 이고 구들장 만드는 돌도 주워서 팔았다. 당시에 한 가마에 한 말씩 팔아서 먹고 살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일을 해도 품값이 얼마 안됐다. 탈곡기 가지고 벼 털고...
-
박재순 할머니는 1940년생으로 용띠이다. 경기도 이천 율면 출신으로, 율면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3개월 수업료가 쌀 서 말이었는데 너무 비싸서 부모님이 1년만 가르치고 오라버니만 학교에 보내서 졸업을 하지 못했다. 3남매 중 막내로, 오빠하고 7살, 언니하고 11살 차이가 난다. 원래 오빠가 한 명 더 있었는데 홍역 때문에 어릴 때 죽었다. “그 아래 아들이 있었는...
-
부모님께서는 시집오기 전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인물이 좋다고 잘 사는 게 아니고, 박색 소박은 없어도 미색 소박은 있단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장일 할아버지가 “못났으니깐 소박 안 받고 잘 살았지”라고 참견을 해서 한바탕 웃었다. “너는 죽거나 살거나, 죽어도 그 집 가 살고, 살아도 그 집 가 살아라. 사람이 바늘방석에서 3년을 산다는데, 이건...
-
1962년 음력 12월 초 닷샛날, 할아버지 26살, 할머니 23살에 혼인을 했다. 중매는 김장일 할아버지 사촌 당고모가 했는데 당고모가 박재순 할머니 옆 동네에 살아서 올케 언니가 당고모한테 중신을 부탁했다. 신랑감 세 명을 보여주었는데 그 중 제일 좋은 사람으로 할아버지와 혼인을 하신 거라 말씀한다. “뻥이 반이여. 손재주도 좋고 머리도 좋고 어느 공장에 가서 어느 무슨 공장장...
-
25살에 첫아이를 낳았는데 사산되었다. 집에서 여러 날 애를 쓰고 아프다가 결국 무극 병원에서 출산했는데 병원에서 잘못 됐다. 9시쯤 낳았는데 12시쯤에 병원에서 김장일 할아버지께 밤에 갖다 치우라고 했다. 둘둘 말아서 몸에 안으니깐 따뜻했는데, 그때 잘 살펴봤어야 하는데 그런 걸 잘 몰랐다. 원래 애기는 일단 낳으면 싸늘하게 몸이 식는 건데 그걸 모른 것이 안타깝다. 그리고 26...
-
박재순 할머니는 요즘엔 틈틈이 예전에 시어머니께서 어느 절에서 적어 온 「백발가」와 외가댁에서 보고 암송해 온 「치가의 노래」를 적어놓고 읽어본다. 따로 글도 쓰는데 그날의 일기와 예전에 시집살이 했던 것을 정리하고 있다. 『부용』지 낼 때 내려고 했었는데 김장일 할아버지가 못 하게 해서 못 실었다. 분량은 많지 않고 한 권 정도로만 마무리 지을 생각 하고 있다. 손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