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1A020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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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음성군 소이면 갑산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황경수, 윤정아 |
갑산리는 주로 고추농사와 벼농사를 하고 있다. 워낙에 밭농사와 논농사가 많이 지어지던 곳이라는 것은 지형을 보면 알 수가 있다. 평짓말에서 탑골로 이어지는 마을 전체가 논과 함께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금봉산과 깎은등이가 마주보고 있는 바로 아래쪽에는 밭이 있는데, 예전에는 가물어도 잘 되는 스슥(조), 수수 등을 재배했었다. 또, 담배농사도 했었으나, 수지가 맞지 않아 지금은 주를 이루는 것이 고추농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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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재배
정자안 마을회관 에서 어르신들을 만나 “어떤 농사를 많이 지으세요?”라고 여쭤보니, “벼농사, 고추농사... 뭐 그게 다지.”라고 입을 모아 말해 주었다. 그 말에 걸맞게 마을에는 비닐하우스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또한 높게 솟아 있는 흙으로 지은 건물이 동역마을과 정자안에 있어서 여쭤 보았더니 ‘건재실’이라고 말해 주었다. 지금까지도 건재실이 있는 것을 보아 담배 농사가 행해졌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마을 분들께 담배농사에 대해서 여쭤 보니, 불과 10여 년 전까지도 담배농사를 많이 지었지만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운 담배농사는 지금은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갑산리마을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것 중 집 앞 창고 같은 곳이 정미소라는 것이다. 그만큼 벼농사가 성행하였고, 집에서 직접 정미를 해서 농사를 지을 정도로 벼농사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미를 하는 것에 대해 마을 어른들은 “요즘은 집집마다 쪼그만 정미기가 다 있어. 그런데 요즘은 잘 안 써.”라는 말과 함께 예전만큼 벼농사가 주된 산업이 아니라는 말을 해 주었다. 옛날에는 땅이 가물고 비가 잘 안와도 잘 자라는 보리, 스슥(조) 등을 많이 재배했지만 현대로 오면서 벼, 고추 등 수확량이 많고 수입도 많은 작물들을 재배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 중에서도 현재 갑산리에서 가장 많은 수확량을 자랑하고 있는 것은 단연 고추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어르신들께 고추농사는 언제 시작하냐고 여쭈어 보니 대부분 설날이 끝나면 바로 고추농사가 시작된다고 말해 주었다. 고추농사는 거의 비닐하우스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인데 고추씨를 모판에 넣기 전 겨우내 눈이 와서 망가진 비닐하우스를 손보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만큼 찬바람이 들어와서 따듯한 온도가 유지될 수 없다고 한다. 2월 중하순이 되면 고추씨를 하루 정도 물에 불렸다가 모판에 뿌리고 가는 흙으로 살짝 덮어 놓는다. 이때, 고추씨를 물에 불린 다음 심으면 싹이 더 잘난다고 한다.
3월 중순이 되면 싹이 나고 자라서 고추 모종이 잎에 서너 장 나올 정도로 자란다. 갑산리는 고추농사를 하는 집이 많아서 인지 마을의 전경을 보면 하우스가 집집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정겹다. 고추 모종이 자랄 때 쯤 되면 병해충에 대하여 강해지라고 모종 컵에 모종을 옮겨 심는다. 모종에 적당히 물을 주는데 물을 많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마을 어르신들은 겨울의 추운 기운이 남아 있는 가운데 모종을 키우기 위해 경로당에서 놀다가도 “고추 모종에 물 주러 가야 해.”라고 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서 일을 하고 또 돌아오시는 모습을 보았다. 고추농사에 대해서 힘들지 않냐고 여쭈어 보니 고추를 여름 내내 따야 하는데 왜 힘들지 않겠냐고 하였다. 그러나 “다 내 손으로 농사져서 자식들 키웠어.”라는 말 가운데 자신들이 짓고 있는 농사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고추 모종이 어느 정도 자랄 때쯤이면 4월도 막바지에 이른다. 모종을 밭에 옮겨 심기 위해 밭고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운다. 그리고 비닐에 줄을 맞추어 구멍을 뚫고 고추 모종을 하나씩 옮겨 심는다. 모종을 키우는 것이 고추농사의 반이라고 하지만 모종을 옮겨 심고 난 후부터 고추가 제 모습을 갖추고 자라나기 때문에 농부들은 밭을 떠나지 않는다. 잡초가 자라면 고추의 영양분을 빼앗기 때문에 고추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주변의 잡초를 모두 뽑아준다.
“고추는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야.”
할머니들이 직접 잡초를 뽑고 농약을 치고 고추를 따는 동안 자식농사도 함께 짓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력이 닿는 한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거라는 말 속에 아름다움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