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훈장님 권오성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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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움 굴림 바탕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1A020300
지역	충청북도 음성군 소이면 갑산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황경수, 고유리

청주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증평을 지나 한 40분 정도 가면 음성군이 나온다. 음성군 음성읍을 지나 음성중학교와 음성역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면 소이면으로 갈 수 있다. 음성역에서 괴산 방향으로 10분 정도 가면 소이초등학교를 지나 갑산리로 들어가는 길목이 나온다. 그 길로 우회전해서 들어가면 봉전리를 지나 갑산2리와 갑산1리가 왕복2차로를 경계로 좌측과 우측으로 나뉘어 있다.

갑산리는 좌측에 금봉산과 우측에 깎은등이 산이 각각 갑산2리와 갑산1리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우선 방문한 갑산2리에는 이 마을 사람들이 ‘갑산리의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권오성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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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성 할아버지01

[동역 마을 훈장님 권오성 할아버지를 만나다!]

권오성 할아버지는 마을 중간 부분에 위치한 마을회관에서 도보로 약 5분 정도 거리의 기와집에 살고 계셨다. 예전에는 할아버지 내외분과 5명의 아들들이 살고 있었지만, 자녀들은 모두 분가하여 현재는 할아버지 내외 두 분만이 살고 있다. 현재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리 크지 않은 집이지만, 옛날에는 부잣집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큰 대문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대문 앞에는 ‘국가유공자의 집’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어서 그 위엄을 더해 주었다. 권오성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기 전에 연락을 드려서인지 안방에서 보랏빛의 고운 한복 차림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할아버지 앞에는 우리에게 보여주시려고 준비한 옛날 사진과 안동권씨의 족보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으며, 할머니는 우리를 위해 차와 과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기다렸어. 내가 얘기를 잘 해줄 수 있을지 걱정이야. 늙은이가 뭐 도움이 될 수 있는 얘기를 해줘야 말이지. 그래도 학생들이 갑산리 사정이 복잡한데 좋은 일을 해줘서 고맙지 뭐.” ?

할아버지는 굉장히 적극적인 모습으로 우리들을 맞이해 주었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가 다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가난하지만 명랑했던 어린 시절]

우리가 할아버지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할아버지는 우리가 미리 준비해 드린 질문 사항을 다시 한 번 검토하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다 준비가 된 듯하여 몇 가지 여쭈어 보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어 갔다.

성장과정1

할아버지는 우선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어린 시절 모습이 눈에 선한지 가끔 천장 쪽을 2~3초간 바라보기도 하였다.

“저는 1930년에 출생했어요. 이 동네에서 태어나서 이 동네에서 늙었습니다. 어린 시절은 왜정 말엽이었기 때문에 가난했어요. 학교 다닐 적에는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많이 시달렸어요. 학교 다닐 적에는 신이 없어서 일본 사람들이 신는 신 그걸 ‘게다(일본어-geta[下駄])’라고 해요.”하면서 사진을 보여 주었다. 예전 사진은 없다고 인터넷에서 직접 찾아 주었다.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도록 제작해서인지 모양이 꽤 좋았다. 이전에는 아무런 색도 없고 나무로만 된 것이라는 설명도 해 주었다.

“겨울에, 그걸 신고 다니고 여름에는 신이 없어서 그것도 못 신고 다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지요, 여름에 바지는 반바지지 신발은 없어서 맨발이지 아프리카 난민처럼 맨발이지 우엣도리는 안 입어요, 가방은 책을 보자기에 싸서 메고 다니는데, 그때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여덟시에 상학(학교에 가는 것)을 해요, 여기서부터 학교가 4㎞ 정도 되는데 맨날 뛰어가야 되요. 돌에 지치고 밟히고 맨날 다쳤어요, 내가 학교 다닐 때 교장선생님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12월 1일 전에는 양말을 못 신게 해요, 그럼 학교 가다가 보면 중간에 모이등거리가 있어 그럼 돌돌 말아서 거기에 벗어놓고 갔다가 다시 신고 그랬어요. 그럼 나쁜 친구들은 그걸 이르고 혼나고 그랬어요.”

할아버지는 마치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기라도 하듯 웃음 지으며 우리들에게 아주 즐겁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일제시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야기]

그 당시에는 교사들도 다 정복을 하고 칼을 차고 수업을 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서 일제시대에 수업 방식과 교실 분위기, 학생들이 점심을 어떻게 먹었는지 등에 대해서 여쭤보았다. 그 당시에는 급식소가 있었던 것이 아니며 주로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었다고 한다.

성장과정2-학창시절

“1930년도에는 총칼을 차고 가르쳤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렇진 않았어요.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면은 뭐 섞인 거 없는 보리밥, 더 못한 집은 깡지밥(좁쌀로만 한 밥), 노란 밥이지 뭐. 반찬이라는 것은 종지에 고추장을 담아서 가는 것, 그게 최고요. 그것도 못하면 점심시간에 나가서 물을 퍼 먹는 거요. 그것도 못하는 사람은 그때도 구좀(현재의 급식소)이라는 게 있었나 봐요. 학교에다가 급식소를 해 놓고 섞인 거 없는 조밥을 주고 그랬던 것이 기억이 나요.”

할아버지는 앞에 꺼내 놓고 있던 사진들을 보았다. 할아버지께서 준비해 놓은 사진은 할아버지가 학교 다닐 적에 찍었던 사진과 할아버지의 교사 시절 학생들과 찍은 사진, 그리고 할아버지 가족사진이었다. 모두 흑백 사진으로 짧게는 30년, 길게는 60년 정도 되어 보이는 낡은 사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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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성장과정3-가족구성

사진을 잠시 보던 할아버지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내가 4형제고 누이동생이 둘 있고, 육남매예요. 내가 육남매의 맏이요. 맏이로 태어났는데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낳고서 내리 딸만 다섯을 낳았어. 내가 귀동아들로 태어났지. 딸만 있는 집에 옛날에 남존여비(男尊女卑) 사상이 대단하니까. 더군다나 우리 할아버지께서 자손이 없으셔서 우리 아버지를 양자를 하셨어. 그렇게 손이 귀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귀하기 마련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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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태어났을 당시 귀한 아들로 태어나 자랐다는 이야기를 하며 할아버지의 어릴 적 사진들과 가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차례대로 보여 주었다.

[풀뿌리 캐서 먹고, 말타기도 하며 보낸 유년 시절]

사진 중에 옛날 초등학교에서 운동회 하는 사진을 보고 할아버지는 유년 시절에 어떤 놀이를 하였는지에 대해 여쭤 보았다. 할아버지는 요즘처럼 컴퓨터나 장난감 같은 것이 특별히 없었기 때문에 산과들에서 주로 뛰어 놀았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성장과정4-유년기 놀이문화

“옛날 놀이라고 하는 거 뭐 별거 없어요. 학교에 가면은 남자들은 ‘말타기’라고 하는 거 많이 했어요. 줄 거 놓고서 놀이 같은 거 많이 하고 여자들은 사방치기, 고무줄놀이 그런 거예요. 집에 와서 한다는 것이 맨날 돌아다니고 배고프니까 봄에는 하도 가난해서 논둑에 가면 메라는 풀이 있는데 꽃잎이 나팔꽃 같어. 일본 사람들은 히루가와라고 했어. 낮에 피는 꽃이라고. 연분홍인데 나팔꽃하고 똑같아요. 그 뿌리가 논둑에 있거든, 그 놈을 캐면 하얀 뿌리가 가느다란 것은 굵은 것은 연필만하고 그걸 먹으면 달콤햐. 그걸 캐서 먹었거든. 그런데 그걸 캐 먹으면 혼났거든. 내가 커서 왜 혼났나 생각해 보면 논둑을 파헤치니까 논둑이 터져나갈 꺼 아냐. 그런 거 하고 들에 가서 먹는 풀이 있어요. 한울타리라고 하는 게 있어요. 그러면서 유년시절을 보냈죠.”

지금처럼 다양한 놀이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에는 자연을 벗삼아 친구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어울려 다니면서 즐겁게 지냈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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