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6B02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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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청도리 347-5번지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최갑표 |
동곡마을에는 제비산 기슭에 1평 반짜리 골방이 있는 월명암과 동곡약방 옆에 만유사라는 불교 사찰이 있다.
[1평 반짜리 골방에서 잊혀져 간 역사를 쓰다]
월명암에서 바라본 금평저수지의 일몰은 아름답다.
이곳에서는 아침저녁으로 400여 년 전에 살았던 인물 정여립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으며, 매년 한 차례 그를 위하여 하늘에 올리는 제사인 천제를 지내고 있다.
월명암은 고시생들의 공부 터로 유명한데, 월명암 1평 반짜리 골방에서 공부한 법조인들만 1백여 명이라고 한다. 또한 월명암은 재야 사학자 이이화 씨가 1평 반짜리 골방에서 10년 동안 글을 쓴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이화 씨는 동학농민운동 100주년이 되던 1994년에 동학과 관련한 변변한 논문 하나 없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던 중에 이곳 월명암 골방에 들어와 10년 동안 『한국사 이야기』 22권을 완결했다.
‘우리 힘으로 나라를 찾겠다’, ‘해방 그날이 오면’, ‘빼앗긴 들에 부는 근대화 바람’ 등이 그의 책 제목들이다. 좋아하는 술도 삼가고 손이 곱아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혹독한 추위와 싸우면서 작업에 몰두했다고 전한다.
1997년 4월에 정여립과 기축옥사를 재조명하기 위한 준비위원회가 세워지자 이이화 씨는 여기에 참여하여 활동했다.
기축옥사의 현장을 찾아가는 역사 기행과 강연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역사는 정여립의 흔적을 지우려고 했지만, 이이화 씨는 정여립의 흔적을 찾고 재조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또한 온달과 장보고, 신돈, 정여립, 홍경래, 허준 등과 같은 출신과 직업과 시대가 서로 다른 역사 속의 인물들을 찾아서 하나로 묶어 『한국사의 아웃사이더』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이이화 씨는 제비산 자락의 1평 반짜리 골방에서 무슨 꿈을 꾼 것일까?
[물 위에 뜬 연꽃과 같은 모습]
만유사는 1987년에 부연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된 사찰이다.
연꽃이 뜬 절이라고 부연사라 했던가?
사람의 이름에 각기 의미가 담겨 있듯 사찰의 이름에도 우리 민족의 정서가 녹아 있다. 아름다운 강이나 저수지 같은 물가에 터를 잡은 곳을 두고 연꽃이 물에 뜬 모습이라고 하는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으로 곧잘 비유한다. 부연사는 금평저수지에서 바라보면 마치 물 위에 뜬 연꽃의 모습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2009년 7월부터는 만유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만유사는 첫눈에 봐도 산뜻할 만큼 아담하고 청결한 사찰이다. 단청한 일주문을 지나면 마당에 금잔디가 깔려 있다. 정면에 이 사찰의 법당인 미륵전이 있고, 법당 옆으로 쌍석등과 오층석탑이 있다. 그 앞마당에는 오래된 깊은 우물이 있다. 미륵전 왼쪽으로 양옥형의 요사(寮舍)[사찰 경내의 전각과 문을 제외한, 승려들이 생활하는 건물]가 있고, 그 위쪽에는 삼성각이 있다. 삼성각이 있는 자리는 이전에 도자기 가마터가 있었다고 전한다. 삼성각 뒤쪽으로는 옆집인 동곡약방에서 이어진 대나무 숲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