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전의 광주군 대왕면 고등동]에서 매월 2, 7일에 개설되었던 정기시장.

[개설]

조선시대의 상업은 이른바 5일장이라고 하는 장시(場市) 체계를 매개로 발달하였고, 18세기 후반에 오면 장시망이 포화상태에 이른다. 성남지역의 장시 개설상황을 시기별로 보면, 조선 후기에는 판교장과 낙생장이 있었는데, 19세기 후반경 일시 소멸하였다가 1938년~1955년에 1, 6일장인 판교장으로 부활하였다. 1923년 조사에서는 2, 7일장인 분당장이 처음 나타나며, 해방 후에는 기존의 판교장, 분당장 외에 2, 7일에 열리는 고등장(高登場)[대왕장(大旺場)]과 4, 9일 개시하는 모란장이 신설되었다.

조선 후기 낙생장을 중심으로 하는 장시망은 주변의 장시인 사평장, 송파장, 광주 성내장(城內場), 경안장, 용인현내장, 군포천장이 낙생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낙생장은 성남시의 모체였던 세촌면(細村面), 대왕면, 낙생면, 돌마면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1871년경 이후 소멸한 것으로 보인다. 낙생장 소멸 이후 지역 주민들은 인근의 다른 장시를 이용하였는데, 그 중 송파장은 전국적으로 물류가 집중되는 대규모 시장이었다. 그러나 1925년 ‘을축년대홍수’로 인해서 송파장이 쇠락하고, 또한 광주군청이 경안리로 옮겨가면서 1930년대 이후 경안장이 광주군내 최대 시장으로 성장하였다.

해방 이후 1960년대까지 정기 장시는 양적인 팽창을 계속하는데, 그 이유는 아직 전쟁으로 인한 피폐 및 산업화의 미비 등으로 도시화의 정도가 낮았고 따라서 상설시장의 발전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남지역에서도 고등장, 모란장 등 신설 장시가 생겨났다. 1960년대 전후 성남지역의 주민들은 큰 장으로 광주 경안장을 이용하였고, 보통은 판교장, 분당장, 고등장을 이용하였으며, 간혹 송파장, 천호장도 이용하였다.

[내용]

과거 고등동이 속해 있던 대왕면은 조선시대 이후 성남지역 4개 면 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현재의 성남시 수정구와 전체와 서울 서초구 및 강남구 일부 포함)을 포용하고 있었다. 또한 18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인구구성비 및 인구밀도도 탄천 서안에 자리잡은 낙생면과 대왕면이 가장 높았다. 따라서 이 지역에 장시가 발달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였다고 판단이 되지만, 조선시기 기록이나 일제강점기 자료에서는 고등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 지역 주민들은 판교장, 분당장, 특히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송파장을 이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고등장은 해방 후 어느 시점에 개설된 것은 분명하나 확실한 개설시점은 분명치 않다. 일설에는 고등장[대왕장]이 6.25 이후 새로이 술집들이 생겨나면서 조성된 ‘새술막’이라는 명칭의 거리를 중심으로 개설되었기 때문에 새술막장이라고도 하였다고 한다. 1960년대 이후 도시화, 산업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상설시장, 백화점, 수퍼마켓, 쇼핑센터, 대형할인점 등의 증가로 전국적으로 정기시장의 쇠퇴화가 진행됨에 따라서 고등장도 점차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1970년경 수정구 둔전동에 군사시설인 성남비행장이 들어서면서 기존의 취락과 장터가 강제 철거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이미 쇠퇴하고 있었던 장세가 더욱 위축되면서 소멸의 길을 밟게 된다. 하지만 고등장은 1970년대 중반 성남의 시 승격 직후까지 5일장(2, 7일장)으로서 명맥을 미미하게나마 유지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