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묘4리 이장 나재완 씨는 일흔 넘은 나이이지만 풍채가 좋고 얼굴빛이며 목소리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인물이다. 그가 서슴없이 풀어내는 거친 농담 앞에서 낯선 이들이라면 얼굴을 붉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박장대소를 하며 웃어넘긴다.

시묘리 사람이라면 누구나 ‘4리 이장 나재완’을 알고 있을 만큼 동네에서 오랜 세월 많은 일을 해왔다. 네 살 때 공주 계룡면 양화리에서 시묘리 올목삼거리로 이사 온 이후 단 한 번도 마을을 떠난 적이 없으니 토박이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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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랑방을 주관했던 시묘4리 이장 나재완

최근 그의 가장 큰 성과이자 한편으로 골칫거리가 된 것은 바로 디지털 사랑방 ‘시묘마을 닷컴’이다.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농림부에서는 해당 시군에서 1개 마을을 선정해 디지털 사랑방의 제작을 지원하였는데 논산시도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정보가 나이장의 귀에 들어간 것은 당시 은진면장이었던 장동순 면장 덕분이었다. 나이장의 생각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형편의 마을이 발전하기 위한 아주 좋은 방법으로 보였다. 인터넷을 통해 도시 사람들에게 마을을 알리고 직거래를 터서 침체된 농촌에 힘을 불어넣고, 특히 딸기마을을 널리 알리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없을 듯싶었다.

장동순 면장의 도움으로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데 꽤 힘든 과정을 보냈다. 그리하여 여러 마을과 경합을 벌인 끝에 당당히 선발 되었고 1년 여 만에 시묘마을닷컴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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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랑방 홈페이지

홈페이지 관리를 위해 마을회관에는 컴퓨터가 설치되고 인터넷 선도 연결하였는데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였다. 그것은 홈페이지를 관리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컴퓨터를 할 줄 아는 사람도 없는 데다 딸기농사가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보니 기계를 좀 다룬다는 청·장년층마저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업그레이드할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농림부의 디지털 사랑방 구축 사업의 초창기여서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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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묘1리 마을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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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묘1리 마을회관의 내부

이 사업에 선정되었을 때만 해도 홈페이지가 오픈되면 동네 경제가 크게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나재완 이장이었기에 실망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마을회관에 방치되어있는 컴퓨터를 보면 한숨만 터져 나온다. ‘인터넷’이란 말만 들어도 화가 나서 괜한 이웃들에게 화풀이를 하곤 했는데, 누구나 나재완 이장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잘 알기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그의 푸념을 받아준다.

2008년 현재 시묘리 디지털 사랑방은 문을 닫은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날이 갈수록 먹거리의 위험성이 심각해지고 직거래를 희망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어 곧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업은 도시와 농촌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매개체임은 분명하지만, 활용을 위한 여러 가지 여건이 필요하다는 것은 반드시 고려할 사항인 것이다.

[정보 제공자]

나재완, (1933년생, 시묘4리 이장)

김은옥, (1950년생, 효자농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