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000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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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祈雨祭 |
영어의미역 | Ritual Praying for Rain |
이칭/별칭 | 무제,비우제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남도 논산시 광석면 항월리|부적면 감곡리|상월면 대명리 |
집필자 | 강성복 |
[정의]
충청남도 논산 지역에서 가뭄이 들었을 때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며 올리는 의례.
[개설]
기우제는 농경사회의 한 풍습으로 비가 오지 않을 때 주민의 집단행사로서 마을 단위로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규모가 큰 경우에는 면 단위 또는 군 차원에서 기우제를 거행하기도 한다. 예전에 기우제장으로 주로 활용되었던 곳은 용(龍)이 깃들어 있는 산천을 비롯하여 민간에서 신성시되는 우물·바위·못·저수지 등이다. 논산 지역에서는 속칭 무제·비우제로 불리고 있으며, 주제 집단에 따라 여성 기우제와 남성 기우제로 구분할 수 있다.
[여성 기우제]
논산 지역에서 전승되는 기우제는 여느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여성들에 의한 기우제는 이른바 날궂이로 표현되는 것처럼 강변이나 시냇물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를 위해 마을의 부녀자들은 비용을 갹출하여 음식을 준비하고, 키를 뒤집어쓴 채 풍물을 울리면서 마을 인근의 시냇가로 나아간다. 현장에 도착하면 간단하게 기우제를 지낸 다음 키로 물을 까부르면서 비가 내리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또한 알몸으로 물속에 들어가서 욕설을 퍼붓고 물장난을 치며 즐겁게 논다. 이를 날궂이 한다고 한다.
여성들의 날궂이는 매우 독특하면서도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가령 광석면 항월리에서는 부녀자들이 피묻은 서답(생리대)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노성천으로 나아가 키로 물을 까부르고 치마에 물을 담아 뿌리며 논다. 이와 같이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날궂이 기우제는 ‘여자가 미친 짓을 해야 비가 온다’는 관념을 그 기저에 깔고 있다. 그리하여 물속에 오줌을 누거나 여성의 속곳을 뒤집어쓰고 놀이를 하는 등 온갖 해괴한 행동이 수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 기우제]
남성이 주관하는 기우제는 유교식으로 진행된다. 가장 전형적인 방식은 마을의 주산이나 영험한 산천에서 온 마을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를 지내는 것이다. 이때 마을에 따라서는 주산에 솔가지를 수북이 쌓아놓고 불을 놓아 연기를 피우거나, 또는 마을의 성소(聖所)에 암장한 시신을 발굴하기도 한다. 부적면 감곡리에서는 키를 머리에 쓰고 용대가리[龍頭]를 그을릴 목적으로 풍장을 치면서 산으로 올라가서 불을 놓았다. 용이 많으면 서로 비 내리기를 미루는 까닭에 한 마리만 남기고 용을 죽이기 위함이었다.
또한 상월면 대명리에서는 예전에 가뭄이 들면 주민들이 모두 삽과 괭이를 들고 마을 뒷산으로 가서 암장한 시신을 파내는 풍습이 있었다. 이곳은 사자가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자앙천혈(獅子仰天穴)의 명당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묘를 쓰면 그 집안은 발복(發福)을 얻게 되지만 주변 마을은 극심한 한발이 닥쳐서 농사를 망친다고 한다. 그래서 시신을 발굴함으로써 가뭄의 원인을 제거했던 것이다.
[의의와 평가]
기우제는 가뭄이란 기상이변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의 산물이다. 농사를 업으로 살았던 시대에 한발이 지속된다는 것은 폐농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마을이란 공동체 구성원들의 조화로운 삶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그러한 절박한 상황이 닥쳤을 때 기우제를 지냄으로써 머지않아 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논산 지역에서도 기우제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다. 1970년대 이후 수리시설의 확충과 지하수 개발 그리고 모터 펌프의 보급과 같은 장비의 현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기우제에 비를 의존했던 관행은 더 이상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