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9C03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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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고령군 우곡면 도진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경용 |
[병수발과 4대 봉제사 및 소문중의 접빈 역할까지]
효부 엄상암(嚴相岩) 씨는 1933년 7월 9일[음력] 경상북도 달성군 논공면 사촌에서 6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자애로운 부모님의 큰 사랑을 받으며 자라나 19세에 결혼 후 해묵이한 이듬해 지금의 도진마을로 시집왔다.
남편 박태균(朴泰均) 씨는 6·25전쟁 중 입은 총상 후유증에 폐병마저 걸려 61세로 타계하기까지 무려 32년간이나 긴 투병 생활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아버지는 목덜미에 생긴 종창(腫脹)으로, 시어머니는 주기적으로 한기(寒氣)가 도는 풍단(風丹) 병을 앓아 큰 고생을 했다.
엄상암 씨는 식구들의 병수발과 4대 봉제사 및 소문중[숙파(叔派)]의 접빈 역할까지 다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슬하에 자녀도 6남매나 되어서 논 800평[2644.63㎡]과 밭 1400평[4628.10㎡]으로는 열 식구 호구지책도 녹녹하지 않았다. 특히 장기 투병 중인 남편의 약값에 드는 비용이 만만찮아 빚이 늘어만 갔다. 어떤 때는 남편의 한 달 약값만 논 한 마지기 값이 될 정도여서 빚이 2천여만 원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엄상암 씨는 막내가 돌을 갓 지나자 시어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농한기를 이용해 포목과 속옷[내의] 행상에 나서 17년 동안이나 계속했다. 교통편이 제대로 없던 때라 우곡면 관내 18개 동을 중심으로 온종일 걸어서 다녔다. 한여름 장마철에는 마을 앞 회천을 건너다 폭우로 불어난 물길에 떠내려 갈 뻔도 했으며, 한겨울 폭설에는 눈구덩이에 빠져 간신히 헤쳐 나온 적도 있었다.
[뒷산 산신이 감응했나 봐]
엄상암 씨는 시부모와 남편의 병수발에도 온갖 정성을 다했다. 예전에는 의약이 발달하지 못해 대부분의 치병 수발은 민간 처방과 조약으로 이루어졌다. 3년 동안이나 앓은 시아버지 종창이 고약과 느릅나무 처방으로도 치료되지 않자, 그녀는 반복해서 입으로 환부를 빨아 깊이 박힌 홰를 빼냄으로써 완치시켰다. 시어머니의 풍단 병은 집에서 만든 인분수(人糞水)로 고쳤다. “아무리 약이라지만 이걸 드려야 한다는 것이 너무 죄스러워 먼저 직접 먹어 본 후 드렸다.”고 엄상암 씨는 회고했다.
남편의 병 치료를 위해서는 양의약과 침구 외에 온갖 민간 조약을 활용했다. 인근에서 자생하는 약초 외에도 부엉이, 개구리, 고양이, 개, 송아지 등의 동물까지 약으로 썼다. 수십 년 동안 직접 주사까지 놓았다. 이와 같은 엄상암 씨의 노력에 마을 뒷산인 노고산과 대장산 산신도 감응했던지 남편의 병도 차츰 호전되어 환갑을 넘기도록 살았다.
그렇듯 엄상암 씨는 남편이 평생 병약한 몸으로 가정사를 제대로 돌보기 어려웠던 환경에서도 농사와 가정 대소사 외에 가족들의 병수발과 행상까지 하는 등 초인적인 삶을 살아 나왔다.
[타인의 모범이 된 희생정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엄상암 씨는 6남매의 교육에도 소홀히 하지 않아 그 중 네 명의 자녀는 고등 교육까지 시켰다. 자녀들은 그녀의 말대로 조상님이 돌봐 주었는지 모두 자수성가하여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다. 엄상암 씨는 나이가 들어서도 직장 생활을 하는 며느리와 딸의 집안 살림도 도와주고 손자·손녀도 돌봐주었으나, 근년에는 골다공증 등 노인성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대구의 큰아들[박문식, 56세] 집에서 살고 있다.
엄상암 씨의 이와 같은 시부모에 대한 효행과 남편에 대한 지어미로서의 희생정신은 타인의 모범이 되어 세상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특히 효행 사상의 가치가 희박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그녀가 보여 준 행동은 본받아야 할 귀감이 된다. 이에 2004년 고령군에서는 엄상암 씨의 효행 정신을 기리고 또 이어 받고자 ‘효부’로 지정함과 더불어 상을 내렸다. 도진충효관에는 선대의 효행록과 함께 마을의 자랑스런 효부 엄상암 씨의 효행 표창장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그녀는 효부 지정에 대해 겸손해 하며, “제가 부모에 대해 뭐 한 게 있어요. 차라리 남편 뒷바라지한 게…….”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시부모 병수발보다 32년 동안의 남편 병수발이 훨씬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