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306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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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科長-鷺梁津-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강원도 강릉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정연수 |
[정의]
2009년 간행한 강릉 출신 시인 심은섭의 첫 시집.
[개설]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은 시인 심은섭[1957~]이 2004년 시 전문지 『심상』 등단 이후부터 활동한 작품들을 모은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의 의미를 새로운 상상의 체계를 통해 재해석하는 작품과 '나'에 대한 자아의 성찰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시적 상상력을 보여 주는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한 고향 강릉 지역을 소재로 한 여러 편의 시를 통해 지역성을 반영하는 작품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2009년 문학의 전당에서 간행하였다.
[구성]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은 1부 '나를 돌아보는 나선형 계단', 2부 '거울 앞에서 탈 쓰는 여자', 3부 '비에 사람들이 젖다', 4부 '집을 허물며 산다' 등 4부로 나누어 총 61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시집 끝부분에는 문학 평론가 박동규의 해설 「표상과 의미의 혼재를 사물의 새로운 창조로」가 수록되어 있는데, 시집 속의 「어떤 손수건」·「물방울의 춤」·「누드와 거울」·「목관 악기」 4편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뒷장 겉표지에는 원로 시인의 평문도 함께 담았는데, 신경림(申庚林)[1936~]은 이 시집의 매력으로 "현대 문명에서 비켜가거나 멀리서 바라보지 않고 그 한복판에서 뒤섞이고, 맞부딪치고 충돌하면서 수용하고 비판"하고 있는 점을 꼽았으며, 이승훈(李昇薰)[1942~2018]은 "도시에서 자아를 상실하고 사는 현대인의 내면"을 진지하게 탐색한 점을 꼽았다.
[내용]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시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은 1부에 수록하고 있는데, "고층 빌딩 속 미래는 만년 과장의 화석 시대인 까닭에", "나무의 잎이 될 수 없는 까닭에 학원으로 밤 9시"에 노량진으로 나서는 피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도시로 망명했던 누이 편물 짜는 소리"라든가 "푸른 지폐들이 목회를 하고 있다"는 부조리한 시대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함께 드러낸다. 2부에 수록한 「갱부」는 경제적 소외층으로 살아가는 광부가 폐광으로 인해 다시 "벼랑에서 벼랑으로 가는 그들이 꿈"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실밥이 터져나간 갱부들/ 낮은 지붕 밑에서 허기진 어깨를 맞대고 있다"는 곤궁한 현실을 드러낸 구절이나 "폐광 속에서 전신의 뼈를 몰고 와 거대한 어둠을 부러뜨리던 그들, 볼 수 없다"는 폐허의 탄광촌 현실을 시화했다. 마지막 행에서 "그들, 지금/ 떼죽음의 밤을 통과하고 있다"는 진술은 광부로 상징되는 우리 시대의 소외 계층을 향한 진단이기도 하다.
3부에 수록한 「단오별곡」은 심은섭 시인의 고향인 강릉에서 전통적으로 진행하는 강릉단오제를 향토적 서정으로 그린 작품이다. "누이와 나는/ 강뚝에 앉아 난장을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그네뛰기, 씨름/ 창포머리 감기, 관노가면극/ 엿장수 가위질은 기타 소리보다 더 아름다웠다"고 자전적 삶을 시화한 이 작품은 지역 문학적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4부에 수록한 「가시연꽃2」는 "연밥 빚던 법문의 동심원"이라든가 "기도하는/ 하얀 보살", "백팔번뇌 손금을 풀고 있는/ 고깔 쓴/ 하얀 공양보살" 등에서 보듯 불교적 색채를 감각적으로 담았다.
[특징]
시인 심은섭의 개성적 발상을 잘 드러내는 시 「목관 악기」는 일상적 사물의 의미에 대한 재구성이라든가 확장한 상상력의 지평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처음엔 악기가 저음으로 신음했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던 어느 오후부터, 날마다/ 두레박을 내려도 닿지 않는 내 몸속 바닥에 앉아 신음했다"라거나 "장엄미사의 마태 수난곡을 연주하여도 내 가슴에 걸린/ 달의 몰락을 구원하지 못할 때면 악기는// 온몸에 푸른 채찍을 감고 울었다"라는 구절에서처럼 '나, 악기'는 다양한 의미층으로 변주되고 있다.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에는 시인 심은섭의 고향인 강릉의 장소성이나 향토성을 반영한 작품이 담겨 있다. 강릉단오제에 대한 체험을 다룬 「단오별곡」 외에도 주문진의 명소인 소돌 지역을 시화한 작품도 있다. "도요새가 소돌 앞바다 바닷물을 바라볼 때도/ 내가 말없이 사라지는 날에도/ 바다는 상처가 있어 〈짜다〉는/ 바다가 말하는 바다의 말"[「자동차가 엎드려 받아 쓴 말」]을 통해 고향의 장소성을 드러낸다. 이런 장소성은 강릉인접 지역인 강원도 동해시 묵호동을 다룬 「녹등길 25-1 사람들」이라든가, 강원도 속초시에 있는 실향민 난민촌인 청호동을 다룬 「북쪽 새 떼들」 같은 작품을 더하여 시집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이 지닌 시선은 강원 영동 지역의 향토성으로 확장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시적 형식으로 풀어낸 점이라든가, 사물의 의미를 비틀어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시적 방식이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에서 돋보인다. 평론가 박동규는 시집 해설에서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평가했다. 하나는 "사물들에 의도된 상상의 방법을 통해서 하나의 사물에 담겨진 굳어 있는 의미의 형태를 새롭게 포장하는 특별한 상상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사물의 세계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자아가 세계에 던저져 있는 모습과 그의 행로에 대한 상상적 사닥다리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이 지닌 가장 큰 문학적 의의는 사물에 대한 상상 체계 재구성, 자아의 성찰과 상상적 사닥다리 제시, 현대의 소외 계층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과 대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비판, 고향 강릉에 대한 향토적 서정을 선명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