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회는 한 해 일어난 일련의 마을 활동을 결산하고, 마을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화합의 장이다. 북모산마을 동회는 매년 12월 중순에 개최된다. 1990년 중반까지는 매년 8월과 12월 2회를 개최하였지만 수박농사로 바빠진 1990년 후반부터는 12월에만 지내고 있다.

2008년 북모산마을 동회는 12월 29일 마을회관 겸 경로당에서 개최되었다.

오전 10시 북모산마을 이장의 목소리가 마을방송을 통해 곳곳에 울려 퍼졌다. 동회에 참석하라는 당부의 내용이다. 방송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경로당으로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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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모산마을 경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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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모산마을 경로당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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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민체육대회 우승 트로피

북모산마을 경로당 안으로 들어서니 한층 동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경로당은 방 2칸, 부엌 1칸, 거실 1칸의 구조인데, 큰방과 거실 사이에 놓인 문을 열어 마을 사람들이 동그란 원을 그리며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또한 거실에 배치된 화이트보드에는 개회사, 임시의장 선출, 임시의장 인사, 이장 경과보고, 동재산관리보고, 토의사항, 폐회의 식순이 적혀 있다.

동회는 오전 11시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날 동회의 화제는 마을재산관리에 관한 사항이었다. 모산마을 재산은 동답으로 10마지기(49,587㎡), 그리고 기금으로는 5천만 원 남짓이 있다. 여타 마을보다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예부터 정월 대보름날 마을을 위해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쌀을 거두어 모으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축척하였고, 수박농사로 마을이 부유해지면서 마을재산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10마지기의 동답 중 6마지기는 두 명의 마을 사람 명의로 되어 있다. 이 두 사람은 15년이란 세월을 마을을 위해 묵묵히 재산세를 납부해 왔다. 이날 마을 사람들은 이들에게 더 이상 피해를 주어선 안 된다며 6마지기에 대한 관리를 새롭게 하자고 의견을 제시하였다.

몇십 년 동안 거론된 문제라 그런지 60대를 넘긴 마을 어른들은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기금을 사용하길 원했다. 그들이 힘들게 모아 둔 기금을 지금 사용하지 않는다면 정작 마을을 떠나 타지에 살고 있는 그들의 자녀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한 세월이 흘러 후대의 마을 사람들이 기금을 소중히 여겨 사용하리라고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6마지기 관리에 관한 두 가지 의견이 나왔는데, 하나는 법인체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동답을 팔아 마을사업을 하여 관리하자는 것이다. 2시간에 걸친 격렬한 논의 끝에 동답을 팔자는 사람들이 많아 결국 찬반 투표를 하여 다수결로 정하였다. 이장과 마을 임원들은 즉석에서 투표용지를 만들어 나눠 주었다. 동답을 팔자는 의견에 찬성이면 동그라미, 반대면 가위를 표기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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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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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회

투표 결과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나와서 동답을 팔기로 하고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추진위원회 임원으로는 경로회원 2명(경로회장, 재산관리위원장)과 청년회원 3명(이장, 새마을지도자, 개발위원장)이 선출되었다.

오후 1시가 되어서야 동회가 끝이 났다. 그런데 동회가 끝나기까지 어딜 봐도 할머니들이 보이질 않았다. 궁금해서 마을 어르신께 물어 봤더니, 여성들은 예부터 동회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녀회원 10명 내외만이 점심식사를 준비할 뿐이다. 평소 지금 이 시간이면 할머니들이 경로당에 놀러 나왔지만 오늘만큼은 동회를 여는 자리라 잠시 피해 주신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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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회

여성들이 동회에 참석하지 않게 된 것은 아마도 남성 주도의 생활 때문인 것 같다. 낙동강 연안에 자리한 모산마을은 언제 강물이 범람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생활을 지속해 왔다. 그래서인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남성들이 조직적으로 활동(야간경비대, 청년회)을 하게 되었고, 자연히 마을 운영도 주도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모산마을이 다른 마을보다 유별나게 단합이 잘 되는 이유도, 어쩌면 낙동강 연안의 불안한 삶이 그들을 더 똘똘 뭉치게 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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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에 걸린 향우회 사진들

[정보제공자]

김형두(남, 1960년생, 북모산마을 거주, 북모산마을 이장)

이정희(여, 1963년생, 북모산마을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