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023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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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民畵 |
영어음역 | Minhwa |
영어의미역 | Folk Painting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
집필자 | 조정현 |
[정의]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조선시대의 민예적(民藝的)인 그림.
[개설]
민화는 장식적 목적에 의해 제작되어진 실용적인 그림으로 조선 초기까지는 주로 상층의 문화로 존재하던 것이 조선 후기에 이르러 하층에까지 확산되면서 대중화한 그림이다. 일반적으로 민속에 얽힌 관습적인 그림이나 오랜 역사를 통하여 사회의 요구에 따라 같은 주제를 되풀이하여 그린 생활화를 말한다. 비전문적인 화가나 일반 대중들의 치졸한 작품 등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직업 화가인 도화서(圖畵署)의 화원(畵員)이나 화가로서의 재질과 소양을 갖춘 화공이 그린 그림도 포함시켜 말하고 있다.
[소재]
민화에 표현되는 소재는 주로 수(壽)·복(福)·다산(多産) 등의 의미를 가지며 도상과 도상이 갖는 의미는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상징은 주술적인 염원을 담고 있어 민화는 장식적 기능과 함께 주술·종교적 의미를 함께 갖는 실용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민화는 주로 도배를 한 방안의 장벽과 샛문에 붙여지거나 외풍을 막는 병풍으로 제작되어 방안을 화사하게 하는 기능을 하였다. 또한 민화가 붙은 병풍은 각종 길흉사에 사용됨으로써 행사의 장엄화를 돕는 역할을 하여 생활의 필수품으로 인식되었다.
[무속·도교적 민화]
1. 장생도(長生圖)
장생도는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그림이다. 오랜 옛날부터 장생의 상징으로 삼았던 해·구름·바위·물·대나무·소나무·영지·학·사슴·거북 등을 그린 십장생도와 송학도(松鶴圖)·군학도(群鶴圖)·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군록도(群鹿圖)·천리반송도(千里盤松圖) 등은 모두 장생도의 일종이다.
왕의 용상(龍床) 뒤에 놓았던 「오봉산일월도(五峯山日月圖)」 역시 장생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십장생도는 축수(祝壽)를 뜻하는 관념적 회화로서, 회갑 잔치를 장식하는 수연병(壽筵屛)으로 쓰였다. 대개 궁중용이나 관제로 제작된 작품이 많아 그림의 재료가 좋고 솜씨가 우수하다.
2. 방위신(方位神)·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
공간과 시간 속에서 재앙을 몰아오는 나쁜 귀신을 쫓고 상서로운 일과 복을 맞아들이기 위한 방위신과 십이지신 등의 민화가 많이 있다. 동서남북과 중앙의 오방(五方)을 관장하는 청룡·백호·주작·현무·황제(黃帝) 등 오신은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오늘날 우리가 보는 용·호랑이와 함께 주작은 기린·봉황, 현무는 거북으로 변형된 듯하다. 시간과 공간의 상징인 십이지, 즉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 등의 동물들을 그린 민화는 역신을 몰아내고 벽사 진경을 위한 민속에 얽힌 작품이다. 민화에서는 이러한 동물들이 여러 모양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3. 호랑이·계견사호(鷄犬獅虎)
한국 민화라면 누구나 호랑이 그림을 먼저 생각할 정도로 호랑이는 민화의 소재로서 유명하다. 중국의 옛 기록에도 나타나 있듯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호랑이를 거느리고 다녔으며 호랑이 가죽은 특산물로 유명하였다. 민담·설화에도 호랑이가 나오고 산신은 으레 호랑이를 거느리고 다닌다.
호랑이와 상서로운 소식을 전하는 까치를 함께 그린 까치·호랑이 그림[鵲虎圖], 호랑이 가죽 그림[虎皮圖] 등은 벽사 진경의 가장 대표적인 민화이다. 계견사호, 즉 다락 벽에 붙였던 닭·개·사자는 모두 호랑이와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그 가운데 사자는 고대로부터 가장 많이 나오는 수호신이다.
4. 신선도
신선도 사상은 모든 시대를 통하여 꾸준히 이어져 내려온 사상 중의 하나였다. 자연과의 합일, 세속의 초극(超克), 불로장생 등의 도교 사상과 아울러 현세에서의 부귀영화·수복다남(壽福多男) 등 전통 사상이 복합된 사상은 한국 회화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는 민화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고구려 벽화의 신선도·주악도(奏樂圖)로부터 군선도(群仙圖)·수성노인도(宿星老人圖)·태공망(太公望)·곽자의(郭子儀)·이백(李白)·죽림오현(竹林五賢)·도연명(陶淵明)·맹호연(孟浩然)·가도(賈島) 등 신선적인 삶을 산 사람들의 삶을 노래한 대목을 그린 민화가 많이 남아 있다.
5. 산신도·용왕도
단군은 죽지 않고 구월산에 들어가 산신으로 살아 있고 신라 문무왕은 바다에 묻혀 용왕으로 변하였다는 우리 민족의 신앙은 호랑이를 거느린 산신, 파도치는 바다와 구름 위를 나는 용신의 형상으로 오늘날까지 신당(神堂)·산신각·용왕각 등에 전하고 있다. 이 그림들은 민족의 시조와 선조들, 조국의 수호신에게 국가와 민족의 자주·평화·행복·안녕을 기원하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용은 고대에도 그 그림을 붙여 놓고 비가 오기를 기원하였다는 기록이 나오는데[怜龍祈雨], 모든 상서로운 일과 군왕·최고·최상을 상징하는 동물로 봉황·기린과 함께 많이 그려졌다.
6. 무속·도교의 신위(神位) 및 기타
천제로부터 칠성·별성(別星)·오방신장(五方神將) 등 한국의 무속과 깊은 관련이 있는 신들, 도교의 수많은 신들, 공민왕·태조·최영·임경업 등 한국의 군왕·장군과 그 부인들은 민화의 소재로 많이 다루어졌다. 그리고 중국의 관우는 그 충의로 인하여 한국에서도 널리 숭앙되었다. 아울러 부부 화락을 비는 상사위(相思位), 도련님·무당·창부·마부·호구아씨 등 잡신상도 있다. 이밖에 점쟁이들이 사용하는 당사주책(唐四柱冊)에도 소박한 민화풍의 그림들이 있다.
[불교 계통 민화]
불교를 수용한 뒤부터 끊임없이 이어온 화승(畵僧)들의 좋은 작품을 제외한 군소 사찰과 암자·산신각·칠성각 등에 남아 있는 유치하고 치졸한 불화도 넓은 의미의 민화의 범주에 들어간다. 예배의 대상인 탱화로부터 교리와 설화의 내용, 고승의 초상화를 원초적 형상과 강렬한 원색, 유치한 구도로 나타낸 그림은 민화적인 요소가 짙다. 잃어버린 소로 자아의 발견을 비유한 심우도(尋牛圖), 절의 전각의 외벽에 그려진 설화도 등은 불교적인 내용을 지닌 민화풍의 그림이다.
[유교 계통 민화]
공자·맹자의 가르침에 연원을 두면서 우리 고유의 무속과 도교, 조상 숭배와 관련하여 발전한 한국 유교는 특히 조선시대의 중심 사상이었기 때문에 이에 관계되는 민화가 많다. 감계도·행실도(行實圖)·효자도와 효제충신(孝悌忠臣)·예인의염치(禮仁義廉恥) 등 윤리 도덕을 강조한 그림, 교화를 위한 문자도(文字圖)는 대표적인 유교적 민화이다.
선비들의 평생을 그린 평생도, 건강하고 공부 잘 하면서 자라서 높은 관직에 오르기를 바라는 뜻에서 잉어가 용이 되는 장면을 그린 잉어 그림[魚躍龍門, 魚變成龍]은 조선시대 사회의 한 면을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아울러 조상 숭배와 제례에 사용된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명당도 등도 유교적인 민화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그리고 천문도·지도·하도(河圖)·낙서(洛書) 등은 본격적인 회화는 아니지만 집에 많이 붙였던 그림들이다.
[장식용 민화]
현재 전하는 많은 수의 민화 중에서 집 안팎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장식적인 작품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화법·기교·독창성 등에서는 일반 회화에 뒤떨어진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무속·도교·불교·유교의 사상들이 강하게 스며 있다.
1. 산수화
산수화는 8폭 병풍 그림이 많이 남아 있다. 일반 회화의 산수화와 달리 민화에서는 대개 채색을 많이 사용하고 필법은 화보류(畵譜類)가 아니고 기교나 필법에 얽매임 없이 정감을 담고 있다. 산수화 중에서도 화제로 많이 사용된 것은 「금강산도」·「관동팔경도」·「관서팔경도」·「고산구곡도(高山九曲圖)」·「화양구곡도(華陽九曲圖)」·제주도 등이 있다. 아울러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을 한국화한 익살스러운 작품도 남아 있다.
2. 화훼·영모(翎毛)·초충·어해(魚蟹)·사군자 계통 민화
병풍·벽·벽장·다락에 붙이기 위한 그림들은 그 대부분이 화조화(花鳥畵)로서 다른 어떠한 종류의 민화보다도 그 수효가 많다. 이 그림들은 가문의 번창, 가정의 화합, 부부의 행복을 음양오행의 철학적 바탕에서 꽃·물고기·날짐승·들짐승·바위·하늘·산·강 등 주변 경관과 함께 여러 구도와 형상으로 그린 그림들이다.
화사한 꽃, 무성한 나무, 싱그러운 풀잎 사이에서 쌍쌍이 어울려 많은 새끼를 거느리고 있는 동물 그림은 부부가 이러한 짐승처럼 떨어지지 않고 사랑하며, 닭이 많은 병아리를 거느리고 석류에 많은 알이 달리듯 대대로 자손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붙였다고 생각된다. 물속에서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물고기·날짐승·들짐승,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꽃도 많이 그렸다. 절개와 신의, 청아함과 강직함의 상징인 사군자, 즉 매화·난초·국화·대나무와 소나무·파초·포도 등도 비슷한 뜻이 담긴 그림이다.
3. 풍속화·인물화 등
풍속화·초상화·기록화는 예로부터 우리 미술의 중요한 소재였다. 고구려 벽화의 수렵도, 공민왕의 「천산대렵도(天山大獵圖)」, 많은 어린이들이 노는 백자도(百子圖)로부터 농민들의 생활하는 모습을 그린 경직도, 여러 종류의 춘화(春畵)에 이르기까지 민화적인 풍속도가 남아 있다. 풍속화 중에서도 특히 평생도와 시회(詩會)·기로(耆老)·계회(契會)·연악(宴樂) 장면을 그린 그림과 궁중 관아, 가족의 주요 행사 등을 그린 기록화, 충무공의 「해전도(海戰圖)」, 임진왜란의 전투도는 감계를 위한 그림에 속한다.
풍속·인물과 함께 고대 설화·민담·문학에 나오는 장면을 담은 「춘향전도(春香傳圖)」·「구운몽도(九雲夢圖)」·「별주부전도」·「삼국지도」 등과 유명한 시 구절을 그림으로 나타낸 그림 등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 잊을 수 없는 생활 풍경, 아름다운 꿈과 소망을 그린 것이다.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4. 책거리도[冊架圖]·정물화
책거리는 책과 여러 가지 문방구·일상용품·동물·식물 등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물체들을 한 화폭에 담아 구도·형태·색깔·선·점들의 조화·균형·대비·비례와 같은 회화적 요소를 소리의 가락과 장단의 흐름, 음양오행의 상생·상극처럼 처리한 작품이다. 일찍이 문방사우도·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와 같은 정물화가 내려왔다. 그러나 책거리는 이러한 작품의 창조적이며 대중적인 변형이다.
조선시대의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 선비들은 이러한 책거리를 매우 사랑한 듯하다. 도화서 화원풍의 정교한 세화(細畵)·정화(精畵)와 함께 소박한 작품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색조의 조화가 아름다워서 민화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징]
안동 지역을 비롯한 한국에서 전승되어온 민화에는 순수함·소박함·단순함·솔직함·직접성·무명성·대중성·동일 주제의 반복과 실용성·비창조성·생활 습속과의 연계성 등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그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기복(祈福)·벽사 진경: 모든 민화에는 이 세상에서 수복강녕(壽福康寧)과 부귀영화의 축복을 받으면서 불행과 재앙이 멀리 떠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깔려 있다.
2. 솔직·소박: 현세에서의 행복을 바라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아무런 과장과 허식 없이 있는 그대로를 우직하고 소박하게 표현한 작품들이 많이 남아 있다.
3. 사랑: 민화에는 자연·인간·신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이 잘 나타나 있다. 인정이 넘치고 부드럽고 평화스럽고 따뜻한 그림에는 엄격하고 관념적인 일반 회화에서는 볼 수 없는 애정과 사랑이 넘쳐흐른다.
4. 강인성: 농경 사회의 빈곤, 부당한 지배층의 억압, 외적의 침공 속에서도 자기네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끈질기게 이어온 한민족의 강하고 거센 힘·용기·의지가 거칠고 힘찬 선, 짙은 색조, 대담한 구도 속에 뚜렷이 나타나 있다.
5. 익살: 어둡고 괴롭고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찾아낸 한국인의 낙천성은 민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슬픔과 아픔을 기쁨과 즐거움으로 승화하여 익살스럽고 신명나는 작품으로 변모시킨 점은 일반 회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민화만이 지니는 특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6. 멋: 멋은 한국 예술의 바탕이 되는 정신이라 할 수 있다. 보기 좋고 알맞고 아름답고 흥겹고 구성지고 잘 어울리는 변화·균형·대비·조화 등의 모든 요소를 합쳐 멋이라 부른다. 비록 같은 주제를 되풀이하여 그려낸 회화가 민화라 할지라도 절대로 똑같은 점이 없이 생활공간에 맞는 크기와 구도, 형태와 색상, 선과 점 들을 어울리게 한 것이 바로 민화의 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