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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가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1E030601
지역 충청북도 음성군 음성읍 사정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서영숙, 정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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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할머니 백발가

김장일 할아버지와 박재순 할머니의 방 서랍장 위에 놓여있던 몇 장의 종이에 「백발가」라고 쓰여진 것을 보고

“할머니 이거 할머니가 쓰신 거예요?” 하고 여쭙자 “어 이거 내가 심심할 때 부르는 거예요” 하며 종이를 손에 거머쥐었다. 예전에 시어머니가 「백발가」를 배우고 싶어서 서울에 사는 동생 집에서 가지고 온 것을 당시 중학생이던 셋째 딸한테 따로 옮겨 적으라고 했다. 시어머니가 「백발가」를 읽긴 했는데 음에 맞춰 읽으시는 것은 못 보고, 할머니가 그냥 나름대로 읽어 보았다.

「백발가」라니깐 나도 늙으니깐 읽어보니깐 우리네하고 똑같은 사연이 나오니깐 공감해서 읽었지. 저번에 생각이 나서 찾아서 보관해 놓았는데, 그게 그새 또 없어져서, 부엌 보관 창고에서 뒤져서 찾아냈지. 죽을 때까지는 내가 보관하고, 나 죽고 나면 휴지조각이 될까봐 곽에다 모셔 놓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여름에는 바빠서 볼 새가 없고, 겨울에도 예전에는 바느질 하고 양말 기어 신기느라 바빠서 못 봤지만, 요즘은 뭐, 밥하기 편하고 빨래하기 편해서 틈틈이 보고 있어요.”

“할머니 그것 좀 불러주세요” 하고 부탁을 드리자 “에휴, 별 것도 아닌 걸 불러달라고 그래” 하며 거절을 했다. 몇 번의 청을 더 하고 나서야 박재순 할머니의 「백발가」를 들을 수 있었다. 낭랑한 목소리로 가사 낭송체의 운을 붙여 읽어준 「백발가」는 다음과 같다.

지신글청 지신글청 일월대중 일심봉청

슬프고 슬프도다 어찌하여 슬프들고

이세월이 견고한줄 태산같이 바랬더니

백년도 못다가서 백발되니 슬프도다

아 청춘소년들아 백발노인 웃지말고

덧없이 가는세월 낸들아니 늙을소냐

조금도 늙는것이 한심하고 슬프도다

노문없이 오는백발 귓및에 음악같고

청각없이 오는백발 털끝마다 정거하네

이리저리 하여본들 오는백발 금할소냐.

위풍으로 제거하여 오는백발 금할소냐

검을내여 아니올까

글력으로 쫓아보면 무안하여 아니올까.

욕을하여 거절하면 노염띠어 아니올까

드는칼로 냅던지면 혼이나서 아니올까

휘장으로 가리우면 보지못해서 아니올까

초진장에 구변으로 달래보면 아니올까

석순이의 억만대로 인정쓰면 아니올까

좋은술을 많이빛어 권해보면 아니올까

만반진수 차려놓고 빌어보면 아니올까

할수없는 저백발은 사람마다 다격는다

인생모두 한소녀를 풍월중에 명단이라

삼천각자 동방삭은 전생후생 청춘이요

팔백년을 사는뱀종 고문구문 또있는가

분같은 이세상에 초로같은 우리인생

물위에 거품이요 이수중에 부평이라

칠팔십을 살드라도 일장춘몽 꿈이로이다

이내몸은 늙어지면 다시젊기 어렵도다

장휘리 글짜낼짜 가증하다 늙을노자

진시왕 분소시에 타지않고 남아있오

의미없고 사정없이 세상사람 늙기도

설은중에 모양조차 늙어지네

꽃같이 곱던얼굴 금버섯이 웬말이며

옥같이 시든살이 광대등골 되었구나

삼땅아 치거든 허리불안 당기어 쳐거쓰며

불떡위에 있든살이 마귀할미 꾸어갔네

샛별같이 밝던눈이 반장님이 되었으며

거울같이 밝은귀가 절벽강산 되어가네

밥먹을째 볼짝시면 아래턱이 코를 차며

정갱이를 겉고 보면 비수같이 날이서고

팔때기를 겉고 보면 수양버들 늘어졌네

무상설움 쌓였는지 눈물조차 흘러지고

추위한기 들었는지 콧물조차 흐르도다

떡가루를 칠했는지 채머리를 무상이고

지팽이를 짚었으니 등검장사 하였는가

묵묵무언 앉았으니 부처님이 되었는가

정신이 혼미하니 총명인들 있을소냐

남에말을 참여할째 문동답서 답답하고

집안일을 분별할째 딴점이 일수로다

그중에도 먹으랴고 밥을 불포 노래하며

그중에도 입으랴고 비배불란 말만하네

누가죽어 늙었는지 누가죽어 늙었는지

처자식은 떼만쓰며 소년보면 자세하며

얼뜻하면 성만내고 예사말을 하건만은

잡거니 권하거니 몇 순배가 돌아오나

배가자세 난봉축가 화려심방 문려배가

좋은일을 하는듯이 날마다 모이면서

경기파산 하고난도 오이잡기 오입하며

이렇듯이 시월보내 백일잔치 오랫는가

종제시가 꿈박이라 빈공친척 부제하며

처자곤석 생각할까 집안이라 돌아오니

저녁거리 간데없고

사랑문을 열고보면 향로조차 간데없고

신주불로 불짝쓰며 삼년묵은 먼지로다

안방이라 들가니 늙은아내 몽당채가

어린자식 발을벗고 밥달라고 우지지네

금수가 아니어도 참아어찌 모양보니

어하라 청춘소년들아 가련할싸 모든사람

천렬중도 모르고서 풍우한서 불렴하여

안비를 맞게하고 하는말이

한서지일 사무지일 천출생시 생긴성품

제절로 근절되네 농사는 근본이라

천하에 되련만 불이행사 뜻을 두어

놀고먹고 입으려고 광인망논 잘해여

욕새무민 일삼는다 무곤탄신 이루다가

이욕에만 골몰하여 오륜삼강 몰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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