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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노래 - 시집와서 소리를 다 잊어버렸어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1E020610
지역 충청북도 음성군 음성읍 사정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서영숙,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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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와서 소리를 다 잊어버렸어

어린 시절에 잘하던 소리도 시집와서 안 해서 다 잊어버렸다. 시어머니 시집살이 때문에 문밖으로 나가지를 못해서 할 기회도 없었다. 시댁 형님들이 담벼락 너머로 놀러 나오라고 해도 시어머니 때문에 나가지 못했다. 하다못해 자녀들이 이리저리 상 받으러 다니고, 선수로 뽑혔을 때도 가지 못했다. 남의 속도 모르는 동네사람들이 “자식이 상 받고 그러는데 왜 안 따라 가냐”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여기 와서 전라도처럼 놀았으면 안 잊어버렸지. 시집와서는 대문 앞에 발도 못 내놓고 이날 여태 이 몸으로 늙었으니깐 죄 잊어버렸지. 애들이 그렇게 선수로 청주로 뭣으로 뽑혀 댕겨도, 아랫말 사람들 동네 사람들이, ‘시상에 선수로 뽑혀 가는데, 엄마가 좀 따라가 보지, 왜 안 따라 갔냐고.’ 할머니가 가게 해야 가지. 상장만 타오면 그것만 보고.”

안 간 부모는 “얼마나 가고 싶었는지 모른다”면서, 시어머니 돌아가신 뒤, 막내아들 사법고시 합격해서 처음으로 꽃다발 들고 가봤다고 한다.

“정월달에 풍물치고 놀지? 그럼 이놈의 새댁이 나와서 마을에 풍물놀이 하고 그러면, 그 소리에 맞춰서 아궁이 불 피우면서 장단을 맞추고 있으면, 어느새 나오셔서 ‘아 저년이 사당년이 되려나 기생년이 되려나, 불 때는데도 조신하게 못 때고 불 때면서 장단 맞춰가며 땐다고’하고. 그럼 또 무안하고. 구르모, 일본말로 구르모. 그거 한 곽 사가지고 와서 딱 한 번 발라봤어. ‘저년이 우리 집 절단 내려고, 사당년이 되려나.’ 이래서 분도 못 바르고, 어른 앞에서 냄새 피운다고, 죄다 버렸어”

꿈을 꿔도 시어머니가 따라다녔고, ‘호랭이가 뒤에 따라 붙기 때문에’ 그 좋아하던 소리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30년을 살았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다시 노래를 하였다.

“지랄로 소리도 명창이라, 여기서 벌써 관광차 아침에 타고 나가면, 차에 들어서면 뛰고는, 차에 내려시면 올 때까지 뛰어서, 그렇게 지랄도 신명도 많았는지. 그래서 집안 형님들이 ‘아이고 저 사람 저 들어가면 서방님한테 혼나지 않을까.’ 집에 가서 혼날까봐 걱정하고는들. 내가 혼자 드러눠서 ‘아휴, 내가 젊어서 어떻게 어떻게 한 걸 왜 못햐’하고 해볼라면 잊어버려서 못햐.”

할머니는 이제 예전 노래를 기억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진도아리랑」, 「청춘가」, 「진양가」 몇 대목을 부르려다 다 기억이 나지 않고 숨이 차서 못한다면 중단했다. 「육자배기」를 부르다 소리가 잘 꺾이지 않자, “숨이 차서 못하겠다”면서 “소리가 여수같이 넘어가더니.”하며 멋쩍은 듯 웃었다.

“장구가 흔하지 않아서 이만한 방구르다 물을 떠다놓고 이만한 바가지를 떠다놓고 활장구 해놓고. 동당동당동당 이렇게 치면서. 아, 내 얘기를 할라면 끝도 없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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