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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 써놓고 읽지 못한 답서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1E020409
지역 충청북도 음성군 음성읍 사정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서영숙,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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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읽지 못한 답서

1962년 음력 12월 초 닷샛날, 할아버지 26살, 할머니 23살에 혼인을 했다. 중매는 김장일 할아버지 사촌 당고모가 했는데 당고모가 박재순 할머니 옆 동네에 살아서 올케 언니가 당고모한테 중신을 부탁했다. 신랑감 세 명을 보여주었는데 그 중 제일 좋은 사람으로 할아버지와 혼인을 하신 거라 말씀한다.

“뻥이 반이여. 손재주도 좋고 머리도 좋고 어느 공장에 가서 어느 무슨 공장장이 있는데 그 아는 사람이 데려가서 좋은 자리 앉혀 놔서 농사 안 짓는다고. 그러니깐 가서 호강깨나 하겠다 싶어서. 솔직하게 지금 얘기하는데 우리 애들한테도 이런 얘기 안 해봤어. 아 이거 호강깨나 하겠다 싶어서”

할머니가 그러자 할아버지는 “호강은 뭐, 이거 보다 더 좋아?!” 한다.

혼인할 때 함진애비와 아버지, 할아버지만 율면에 혼례 치르러 갔고 구식으로 혼례를 치렀다.

신부 쪽 총각들이 괴롭히는 건 없었냐고 여쭤보자, 할아버지는 없었다고 하고 할머니는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동네 청년들이 세니깐 겁에 질렸나보다’라고 하니 할아버지가 대수롭지 않았다는 듯 받아넘긴다.

“검정 칠 하려고 하는 놈들은 다 해 넘겼지. 군인 가서 껄정껄정하던 놈인데 당할 것 같아?! 보니깐 이종사촌들이더라고,”

“그런 사람들이 왔어요. 그런 사람들이 오더라고 다른 이들 시집갈 때 보니깐은. 차도 오고 껄렁거리고도 오는 사람도 있더라고. 이만침 써가지고 한참 읽어대고 대례청에서. 그래는걸 봤어요. 우리 신랑도 혹시 그렇게 그런 사람이 와서 하면 답변을 할라고 답서를 써 놨네. 써놨더니 안하는 겨. 할라고 예정해놨더니. 그런데 그 놈의 것, 농에다 차곡차곡 정리해서 폐백에 넣었더니 쥐가 죄 쓸어서”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더니 그때 써놨다는 쥐가 쏠은 답서를 꺼내 보여 주었다. 윗부분이 몇 글자씩 훼손돼 있었지만, 옛 혼례 풍속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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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서

혼례를 치르고 친정집에서 첫날밤을 보낼 때 올케들이나 동기들이 방문 구멍 뚫고 엿보면서 구멍 속으로 긴 막대기 같은 걸 넣어서 이불을 들썩거리게 하고 신방 지키기를 했다. 동지섣달에 아무리 이불을 덮어도 바람이 들어와서 추운데 이불까지 들썩거려서 너무 고생했다.

그 다음날 시댁으로 왔는데 50리 정도를 도락구(택시)를 타고 강당까지 들어오고 거기서부터 가마타고 집 앞까지 왔다. 도락구에서 내릴 때는 신랑이 안아서 가마 안으로 넣어주고 가마에서 나올 때도 다른 이가 잡아끌어줘서 나왔다.

시댁으로 들어올 때 소두방(솥뚜껑) 밟고 들어오기도 하고, 액기가 있다 해서 호박이나 바가지를 깨기도 하는데 어떻게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잘 안 난다. 그리고 시댁 안방에서 새댁 노릇을 하는데 굉장히 멋쩍었다. 눈도 크게 뜨면 안 되고 화장실도 못 가고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래서 시집오기 전에 아무것도 못 먹게 하는 거고 가마 속에 요강을 넣어 준다. 소리가 나면 안 되니깐 요강 속에 목화씨를 넣었다. 책상다리하고 앉아 있으면 방안 가득 마을 사람들이 구경을 와서 쳐다봤는데 지금 같아서는 안하고 내뺐을 것이다.

“색시가 이쁘네 뭐 고으네 뭐 어쩌고 숙덕숙덕 하지. 신랑이 더 낫네. 신부가 더 못하네. 뭐 자기네들 하는 소리 그라지 안 그래요? 그거 뭐 평가하려고 그라지 뭐.”

이번에는 시집올 때 뭘 해오셨는지 여쭈었다.

“시집올 째 저 이부자리도 많이 해왔어요 솜이불 네 개, 누비이불하고 그렇게 다섯 필을 했는데 첫날 저녁에 그걸 다 펴야 한댜 그 방에다, 덮던지 안 덮던지. 그걸 다 피는 거래요. 그래니깐 촌방 옛날방 첩수방이 고 얼마나 되겄어, 방이. 그러니깐 누비이불까지 다 이고, 속요대기는 또 두 개밖에 안 해가는 거래요. 이불은 다섯 채 해가도. 그때 나 얘기 들은 거로는 두 개밖에 안 하는 거래요. 이불은 다섯 개를 해주고 요대기는 두 개밖에 안 해주더라고. 그걸 다 펴요, 다 피더라고. 그 이튿날 척척 개서 지 자리에 놨는데. 그때는 또, 우리 나 듣기에는 이불도, 이불이 한 채는 한 채, 이렇게 따로따로 싸는 거래요 이불하고 요대기하고. 한 벌 되는 거는 그렇게 고, 요대기가 두 개니깐 그렇게 두 개로 고렇게 싸는데, 또 인저 이불이 또 있잖아요, 고 이불은 그거 한 채만 싸고. 그러면 그 한 채가 작으니깐 이짝 이불을 고 위에 더 싸야 하잖아요. 그러면 두 채를, 무거워도 한보따리가 되잖아. 근데 그때는 따로따로 하더라고. 그래가지고 이불이 다섯 묶음이 됐지. 그렇게 했다고 그래서 그렇게 쏴서 그때 보내더라고”

그 외의 혼수로는 장롱, 자기 입는 옷 치마저고리 30벌(석 죽) 버선 25켤레, ‘폐백버선’ 으로 시할머니, 시할아버지, 시아버지, 시어머니 버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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