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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로 살아온 인생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1B020701
지역 충청북도 음성군 감곡면 문촌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황경수, 고유리

음성군 감곡면 문촌리는 복숭아가 유명한 마을로 농사를 짓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복숭아나무 재배를 하고 있다. 마을 어디에서든지 붉은 빛의 복숭아나무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문촌리가 복숭아 마을이라는 것을 뒷받침해 준다.

감곡은 본래 감미곡면(甘味谷面)과 거곡면(居谷面)을 합처 감곡(甘谷)이라 했다. 지명에서 보여주듯 감곡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 특히 과실류는 당도가 매우 높아 전국에서 매우 인기가 좋다. 지리적으로 동북향이 막히고 남서향을 향한 약 200~300미터의 완만한 경사지로 이루어져 동해 피해의 우려가 적은 곳이다. 특히 감곡에서 재배되는 복숭아는 무엇보다도 맛과 색택(色澤)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복숭아 재배지가 산간에 위치해 배수가 잘되고 사양토와 양토로 이루어져 내습성이 강한 복숭아 재배에 가장 적당한 곳이다. 이러한 곳에서 생산되는 복숭아의 당도는 14~15도로 타 지역산보다 월등히 높으며 특히 미백복숭아는 표피가 얇고 수분이 많을 뿐 아니라 연 황백색의 색택으로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인기가 있다.

조사팀은 음성군의 손꼽히는 자랑인 감곡 복숭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문촌리의 가장 첫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추배기마을을 가장 먼저 찾아갔다. 마을 경로당에 들러 할아버지들께 복숭아농사에 대해서 여쭤보니, “이장 댁 한 번 가 봐. 거기 있는 할아버지가 아마 잘 설명해 줄 껴.”라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너무 쑥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할아버지들이 알려주신 대로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자 이장님 댁을 찾아갔다. 마을에 나 있는 길을 따라 약 100m쯤 가니 마당이 넓은 집이 한 채 있었다. 들어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집으로 들어가니 댁에는 이장님의 아버님이신 윤희 할아버지(81세)가 있었다.

윤희 할아버지는 180㎝가 넘는 키에 세월의 흔적인 흰머리가 아름다운 미남형 얼굴이었다. 젊은 시절의 호탕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언뜻 스쳐갔다. 할아버지는 무엇이 궁금하길래 찾아왔냐며 우리를 거실로 안내해 주었다. 거실 한 쪽은 창으로 햇볕이 따뜻하게 들어왔고 한 쪽은 거실장과 발로 가려져 있었다.

윤희 할아버지께 이것 저것 여쭈어 보니 할아버지가 살아온 이야기와 복숭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칠원윤씨 12대 손이며, 주추배기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마을 분들이 선생님을 하던 분이라고 하여 할아버지께 선생님을 하던 시절 이야기를 들은 후에 복숭아에 대해 여쭈었다.

“할아버지는 언제까지 선생님을 하셨어요?”

“한 10년 정도를 하다가 복숭아를 들여와서 농사를 시작한 거지.”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언제부터 복숭아농사를 시작하신 거예요?”

“복숭아? 그게 63년도인가 그때 한 거야.”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거예요? 할아버지가 보기에 잘 될 꺼 같아서 시작하신 건가요?”

“아녀. 제자 중에 이름이 ‘기찬’인 애가 있어. 얘가 장호원 문암리에 살고 아버지가 복숭아농사를 짓는데. 그런데 공군에 입대해서 일을 하다가 나와서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었다 하는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제자가 찾아와서 ‘복숭아가 전망이 좋은데 해 볼 생각이 없으신지요.’하는 거야. 그래서 ‘그래, 그럼 한 번 해 보자.’해서 한 거지.”

“그럼, 할아버지도 그 때 복숭아농사를 같이 지으신 거예요?”

“아니 그 때 제자가 ‘제가 묘목을 제공할 테니 선생님께서는 땅을 빌려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해서 한 거지. 나는 근처에 땅이 2만평이 있는데 그 중 1만평에 복숭아 묘목을 심고, 남은 땅에는 논농사를 지었어.”

할아버지는 교단에 있다가 제자의 권유로 복숭아농사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윤희 할아버지의 복숭아농사가 잘 되다 보니 마을의 여기저기에서 복숭아농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복숭아농사에 대해 특별히 알려준 것은 없지만 할아버지를 통해 들어온 복숭아가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아 마을의 자랑거리가 된 것이 뿌듯하다고 하였다. 할아버지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 길에 할아버지가 한 마디 하였다.

“이거이거 이야기 한 거로 머 만들 꺼 아녀.”

“네.”

“그럼, 그 전에 한 번 들고 와봐. 내가 한 번 봐야 되잖아.”라고 하는 말 속에서 할아버지의 꼼꼼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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