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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자 할머니의 듬직한 신랑 이전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1B020502
지역 충청북도 음성군 감곡면 문촌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황경수, 고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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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자할머니혼례이야기

임애자 할머니(70세)는 경로회 회장님이신 황경구 할아버지(69세)와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마을의 바위배기 동제를 준비하는 다정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동제가 있는 당일에는 준비하는 것이 많아 그런지 늦은 시간까지 마을회관에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다리가 불편해서 다리를 펴고 앉아야 하는데 괜찮겠냐며 카메라를 신경 써 주었다. 우리는 편하신 대로 하셔도 된다고 말을 드리고 할머니가 겪은 혼례이야기를 여쭈어 보았다.

할머니는 스물두 살이 되는 해 이월 초하룻날에 시집을 왔다고 한다. 옛날 이월 초하룻날은 여자가 길도 안 걷는데 결혼을 하여 어쩔 수 없이 초이튿날 길을 걸어 왔다고 한다. 할머니가 혼례를 올리고 온 집은 마을회관 옆에 있는 집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의 집은 울도, 담도 없이 아무것도 없는 집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화장실도 그런 집이 없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결혼 전에 만나셨던 거예요?”

“아니야, 신랑도 선도 못보고 왔어. 우리 아버지가 신랑을 보더니 색시를 안 굶기였다는 겨. 여기 경로회장님인데 장인이 손만 보고서는 ‘예편네 안 굶기겄다.’ 이래서 시집을 온 거잖아.”

“게다가 대례 시간이 되었는데도 신랑이 안 오는 거야. 아마 어디가 어떤가 보다 싶어서 손을 안내놨어. 그랬더니 우리 오빠가 나를 안고 내려가는 거야.”

할머니는 신랑을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어서 겁이 나 손을 내밀지 않았다고 한다. 일생에 한 번 있는 결혼이어서 그런지 할머니는 방금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말을 하였다.

할머니는 오빠 손에 이끌려 혼례식을 치르면서 신랑이 어떤가 하고 요리조리 훔쳐봤다고 한다. 신랑은 다리도 괜찮고, 팔도 괜찮고, 얼굴도 괜찮았다고 하며 안도하는 눈빛을 그대로 재연해 주시는 듯 했다. “대례를 지내고 자고선 보니까 괜찮은 거야. 하하.”

임애자 할머니는 시집을 왔을 당시 집안이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시할머니, 시할아버지, 시아버지, 시누이, 시동생, 신랑과 함께 사는데 밥을 먹을라고 하면 때꺼리가 없어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밥을 푸고 나면 마지막에 남는 누룽지를 조금 먹다보니 밥을 못 먹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랑이 이상하게 새벽닭이 울기만 하면 나갔다가 해가 질 때 들어오는 행동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도둑질을 하는구나.’하고 의심이 되었지만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안 가르쳐 주는거야. 왜 안 갈켜주냐고. 안 가르쳐 주면 안 산다고, 도둑질을 하는 거면 안 산다고. 할머니가 아니라는 거야. 또 며칠 가다가는 울었지. 울면서는 알려달라고.”

“그럼 진짜 도둑질을 하고 다녔던 거예요?”

“아니. 나무를 팔러 댕긴다는 거야. 나무를 해가지고는 팔아서 먹고 사는 거야.”

새벽에 할아버지가 나무를 해서 팔면 그것으로 가족들 모두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그때는 너무 어려워서 안 살려는 마음까지 먹었었지만 몇 년을 살다보니까 괜찮아졌다고 한다. 할머니는 얼굴도 못 보고 시집을 와서 어렵게 시작한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며 신혼 시절에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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