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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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때 사정1리 부근인 음성읍 감우리, 소여리, 충주시 신니면 동락리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다. 사정1리 강당말, 용대동 앞산을 넘으면 감우리인데 이곳에서 전개된 감우재 전투는 6·25전쟁 때 국군이 최초로 이긴 전투이다. 감우재를 가기 전 마을인 사정1리에서 일어난 전투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드리자, 용대동에 사는 강정순 할머니, 김장일 할아버지(37년생, 7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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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서 이 먼 곳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냐고 물어보자, “시집올 때 세상이 지금 같았으면 이런 곳으로 시집 안 왔다.”며 다시금 강조하여 말하였다. 처음 충청도에 왔을 때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했다. 전라도에 살 때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칼끝에 앉은 것 마냥 불안하고, 매일같이 순경들에게 붙들려가서 문초 당하고 두들겨 맞았다. 빨갱이 한 패가 지나가고 나면 가슴이 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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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1리에는 주로 강당말 중심으로 마을 모임이 조직돼 있었다. 2월 6일, 마을회관에서 마을 조직에 대해 이야기 듣던 중, 오래된 계 장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김장일 할아버지(37년생, 71세) 댁으로 찾아가 마을의 계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강당말에는 마을 전체로 강당계, 송계, 안동김씨 강당말파 파종계 등이 있었고, 여자들끼리는 크고 작은 각종 계모임을 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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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사정1리 용대동의 경주이씨 문중 이야기를 조사하기 위해 경주이씨 집안에서 제일 어른이라고 하는 마을의 이방우(27년생, 81세) 할아버지를 찾았다. 할아버지가 「용대동 산신제」와 「마을 지명 이야기」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할아버지의 부인인 이경순 할머니와 마을의 강정순 할머니(29년생, 79세)가 들어와 앉아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들의 생각을 보태기도 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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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밥을 하러 광에 가보니 쌀독에는 아무것도 없고 팥만 서너지기 있었다. “집에서는 일꾼에, 세상에 막내딸에 큰집 작은집 우리집이 성들 오빠들 다 장개 보내고 나 하나 막내딸이라고 꽃방석에 앉혀놓고 키웠는게,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서 눈물이 막 나더라고.” 눈물을 닦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인기척이 나서 대문을 내다보니 누가 둥그목을 슬쩍 지나갔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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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마을에서 집집마다 큰일이 있거나 하면 술을 담그는데, 당시에는 술 담드는 게 금지되어 있어서, 술 담그지 못하게 감시 조사를 다녔다. 술 조사가 나오면 마을이 온통 술렁였다. 강당말에 술 조사 나왔던 이야기를 김두일 새마을지도자로부터 들어 보았다. “없는 사람은 뭐 담글 형편도 못 됐고, 있는 사람은 일을 하자면 술 사다 먹기가 힘드니깐, 큰돈이 들어가니깐. 집에다 군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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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5남 1녀 중 장남으로, 시댁에 오자 시부모님 2명, 시누이 1명, 시동생 4명과 남편까지 8명의 대식구가 살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평택임씨로 당시 47세였다. 시집을 오고 그 다음날부터는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다. 첫날밤만 신랑하고 단 둘이 한 방을 쓰고 그 다음날부터 29년간을 시어머니와 한 방을 썼다. “첫날밤만 신랑하고 이렇게 둘이 앉아서 방 썼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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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박순자 할머니가 “나 시집을 왔을 때 여 시어머니가 살아 계셨는데, 중풍이 들어가지고 맨날 소리소리 지르고. 이 아줌니 한 많은 세상을 살았어.”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이어 강정순 할머니도 “나 이 얘기를 하면은 오늘 한종일을 해도 못해요.”라며 손사레 치며, 시어머니 병수발하며 겪은 시집살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옷에만 싸놓고 있으면, 옷 벗기고 씻기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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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침묵이 흐르고 박순자 할머니가 “마당에서 구르신 건 왜 얘기 안 햐?”하고 갑자기 떠오르신 듯 이야기를 꺼냈다. 누가 마당에서 굴렀던 건지 물어보자, 강정순 할머니가 “아이코. 그러니깐 얘기하면 끝이 없다니깐.”하며 다시 긴긴 시집살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동네 집안에 어른들이 뭐라 하냐면 ‘나라를 꿇어앉히지, 우리 할머니 고집은 못 꿇어앉힌다는 겨.’ 무서워가지고. 연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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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1리는 강당말과 용대동 두 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두 마을은 각기 안동김씨와 경주이씨의 집성촌이어서 독자적인 문화와 생활권을 이루어 왔으나 행정구역상 한 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마을 전체의 일을 의논할 때는 함께 모인다. 강당말에만 마을회관이 있고, 용대동에는 마을회관이 없다. 마을회관에는 주로 강당말 분들만 모이고, 용대동 분들은 잘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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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말의 할머니들에게 시집살이노래, 나물노래 같은 것이 없느냐고 여쭈니, 이구동성 용대동의 ‘전라도 할머니’가 그런 노래를 잘 안다고 했다. ‘전라도 할머니’는 전라도에서 시집온 강정순 할머니를 이르는 것이었다. 3월 8일 용대동의 강정순 할머니 댁을 찾아가니 할머니 혼자서 누워 계시다가 조사팀을 반갑게 맞았다. 강정순 할머니는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혼자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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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동에서 노래를 제일 잘한다고 마을 분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전라도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마을로 찾아갔다. 강당말 입구에서 넓게 퍼져있는 주목밭을 지나 도보로 10분 정도를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용대동이 나온다. 제일 먼저 보이는 파란색 대문집에서 할머니 댁을 물어보자 ‘바로 뒷집’이라고 알려주었다. 전라도 할머니를 처음 보고 ‘저렇게 작고 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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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충청도는 조용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랫동네에 있는 사람의 딸을 통해 중신을 넣었다. 그 딸이 지부네(생극 부근)에 살고 있었는데, 그 이웃에 현재 남편의 당숙이 살고 있었다. 그렇게 “연줄 연줄을 통해서” 1950년, 당시 21세에 이곳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남편은 경주이씨 ‘이경우’씨로 당시 29세였다. 혼인을 하기 위해 아버지와 전라도에서 기차를 타고 음성역으로...